수사기관 출석 통보를 처음 받으면,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뭘 준비해야 하지? 누구랑 상담해야 하나?
이런 생각도 드는데, 동시에
"그냥 가서 사실대로만 말하면 되지 않을까"
이런 마음도 드는 게 솔직한 심정이죠.
실제로 많은 분들이 고민합니다.
변호사를 꼭 선임해야 하나,
혼자서 조사받아도 되는 거 아닐까,
괜히 더 일이 복잡해지는 거 아니냐…
그런데, 현실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습니다.
혼자 출석은 가능합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우선 법적으로는 변호사 없이 조사받는 거,
전혀 문제 없습니다.
진술거부권도 있고, 진술내용 조율도 가능하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조사실의 흐름이죠.
경찰 조사라는 게
질문 몇 개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수사관은 질문 하나를 던지고,
그 답을 바탕으로 다음 질문을 만듭니다.
그리고 대답이 조금만 오락가락하거나
뉘앙스가 바뀌면,
그걸 물고 늘어져서 불리한 방향으로
조사가 끌려가버릴 수도 있습니다.

사실대로만 말하면 괜찮을까?
"난 거짓말 안 할 거니까 괜찮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경우 많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오해가 생깁니다.
사실을 말하는 것과
수사 흐름에 맞게 방어하는 것은 다릅니다.
본인이 사실이라고 생각한 말이,
법적 관점에서는 불리한 인정이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서로 농담처럼 주고받은 대화였다" 고 대답했더라도,
수사기관은 "피해자가 불쾌했을 수도 있겠네요?"
이런 식으로 질문을 이어가고,
그 답변 하나하나가 모여서
결국 고의성을 인정하는 쪽으로 가버릴 수 있습니다.
수사관이 친절하게 대해주더라도
조사 초반에는 수사관이 굉장히 부드럽게 접근합니다.
말도 편하게 걸고, "뭐 솔직하게만 말씀하시면 됩니다."
이런 식으로 분위기를 만듭니다.
그래서 괜히 방심하게 됩니다.
"이거 별일 아니겠지."
"내가 잘못한 건 아닌데 괜히 겁먹을 필요 없잖아."
하지만 경찰 입장에서는
친절하게 끌어내더라도,
결국 진술을 명확히 기록하는 게 목적입니다.
한 번 조서에 남긴 말은
뒤집기 어렵습니다.

수사기관은 맥락을 끊어가며 질문합니다
한 가지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우리가 말을 할 때는 자연스럽게 흐름을 만듭니다.
앞뒤 이야기 연결하면서 설명하죠.
하지만 수사관은
이 흐름을 맥락 단위로 끊어서 질문합니다.
딱 필요한 부분만 골라서 묻고,
필요한 대답만 받아 적습니다.
그래서, 내 입장에서는 다 설명했다고 생각했는데
조서에는 뚝 잘린 말만 남아있는 경우, 진짜 많습니다.
그리고 그 조각난 말들이 나중에 재구성되면,
내가 생각했던 사실관계랑 전혀 다르게 해석되기도 하죠.

변호사 도움 없이도 가능은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변호사 없이 수사받는 건 가능합니다.
하지만 가능하다와 괜찮다는 다릅니다.
혼자 가서 사실대로 말한다고
결과가 좋아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말이 꼬이고, 오해를 사고,
결국 사건이 예상보다 커지는 경우,
생각보다 흔하게 일어납니다.
혼자 가느냐, 변호인과 함께 가느냐는
"내 사건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가"에 따라
결정할 문제입니다.
조금 무겁게 들릴 수도 있지만,
경찰 조사는 진실만이 아니라,
그 진실을 어떻게 전달하느냐도 중요합니다.
그 점만큼은 출석 전에 꼭 한번 고민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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